<새로운 질서>를 읽고

나는 웹에 대한 기본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<새로운 질서>를 읽기 시작했다. 사실상 인터넷포털 사이트를 경유해서 어떤 검색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웹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만, 구체적으로 어떤 웹사이트를 내가 겪은 적이 있는가를 떠올렸을 때 작가들의 웹사이트를 구경하며 그들의 작업을 연대기별로 살펴본 일이 생각났다. 요즘엔 직접 만나지 않아도 개개인의 관심사나 작업을 SNS를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다. 하지만 작업을 관람하는 데에는 sns에서의 단발적인 정보보다 웹사이트에서 문자언어로 연대기별로 목록을 만들어 늘어놓은 것들을 쭉 보면 그 작가를, 작업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느꼈다. 내가 재미있게 본 작가들의 웹사이트를 일부 공유하자면
김성환
김실비
최정화
장영혜중공업
Jonas Mekas
등이 있다. <새로운 질서>를 읽으며 웹을 구축하는 방식이 마치 그림을 그릴 때처럼 어떤 단계를 밟으며 쌓아 올라간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. HTML은 마치 스케치를 뜨듯 처음에 큰 구조를 잡아주는 뼈대 역할을 하고 그 위에 얹어지는 표현CSS의 스타일이 맡아서 한다. 그리고 나아가 그 둘의 관계는 종국을 놓고 봤을 때 내용과 형식이 하나임을 알게 만든다는 문장도 인상 깊다. 내가 아직 웹 제작의 경험이 충분치 않아 실로 그것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내용과 형식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은 내가 사랑하는 다른 작품, 예를 들어
음악에서
Radiohead - Paranoid Android

편집증환자의 관점에서 비롯된 기이하고 디스토피아적인 가사


미술에서
바로크시대 카라바조의 회화

인물의 감정과 과격한 운동감, 극적인 조형이 직결


등을 통해서 감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. 작가들의 작업을 SNS보다 웹사이트로 살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느낀 이유는 목록때문이다. 그래서 ul, ol와 같은 태그언어가 흥미로웠다. 어떤 순서와 위계를 가지고 정보가 제시되었을 때 사용자가 받아들이기에 용이하고 그런 맥락에서 html과 css라는 구조가 그것을 구현해내는 데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. 어떤 내용을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고 강조하고 강조하지 않을지, 또 어떤 내용끼리 묶고 분리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체계가 있는 글쓰기(=웹짜기:구홍의 말을 빌려)가 완성될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.